피부 쪽으로 퍼져 나왔던 생명유지 물질들이 다시 내부로 모여들어 집결하는 장소는 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으로 불리는 오장이다.
이들은 인체 구성 기관들을 다섯으로 분류하여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맛(taste)도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이 되도록 자연계가 만들어 놓았으므로, 맛과 장기의 연결 관계가 곧 인체 전역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체는 자신을 저절로 유지되게 하는 시스템을 지니고 태어난다. 따라서 음식도 시스템에 맞추어 그 역할을 하게 되는데, 신맛은 가장 먼저 간장으로 가서 간에 필요한 만큼 쓰이고 흩어지며, 쓴맛은 심장으로, 단맛은 비장으로, 매운맛은 폐장으로, 짠맛은 가장 먼저 신장으로 갔다가 흩어지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수천년 동안의 임상 경험을 통하여 정립된 이론이다.
맛 | 오장 | 부속기관 |
시다(sour) | 간장(liver) | 힘줄(sinew), 손발톱(nail), 눈(eye), etc. |
쓰다(bitter) | 심장(heart) | 혈관(blood vessel), 혀(tongue), etc. |
달다(sweet)
| 비장(spleen) | 근육(muscle), 입술(lip), 입(mouth), etc. |
맵다(acrid) | 폐장(lung) | 피부(skin), 체모(body hair), 코(nose), etc. |
짜다salty) | 신장(kidney) | 뼈(bone), 두발(hair), 귀(ear), e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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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맛이 신 ‘모과’는 쥐가 나서 힘줄이 오그라드는 병을 다스릴 때 사용된다. 이는 신맛이 가장 먼저 간장으로 들어가고 간장은 힘줄을 주관하기 때문이다.
맛이 쓴 ‘치자’는 심장 열로 인해 몹시 괴로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병증에 사용하는데, 이는 쓴맛이 가장 먼저 심장으로 들어가 열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맛이 단 ‘멥쌀’은 비장으로 들어가 소화, 흡수, 배설에 관여한다. 단맛이 가장 먼저 비장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맛이 매운 ‘갓’은 해수기침에 활용되는데 이는 갓의 매운 맛이 폐로 가장 먼저 들어가기 때문이다.
‘다시마’나 ‘미역’을 활용하여 신장성 부종을 다스릴 수 있는 까닭은, 짠맛이 신장으로 가장 먼저 들어가기 때문이다.
천연물의 성질(nature)은 하늘(대기권)의 기후변화에서 얻지만, 그 맛은 땅으로부터 흡수한 물질로 형성된다. ‘차다’, ‘덥다’ 하는 천연물질의 ‘성질’이 기후에서 온다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지만, 맛이 땅으로부터 형성된다는 말은 보충설명이 필요하다.
<A: air, E: earth, Θ: 영하의 온도, P: plant>
온도가 가장 낮은 한겨울에 식물의 뿌리는 어떻게 얼어 죽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분명 살아 있는 P의 온도보다 땅의 온도가 훨씬 낮아 열에너지 제2법칙에 의하여 P의 열에너지가 땅으로 흘러 들어가야 하는데도 말이다.
실제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에 의하면, 겨울에 식물의 뿌리가 얼지 않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첫째는 뿌리 세포의 간극이 좁아지면서 수분이 뿌리 세포 밖으로 빠져나와 얼음 결정의 벽을 만들어 단열재로 작용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세포에서 수분이 빠져나가고 간극이 좁아지면 열에너지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아서 세포가 얼지 않는 것이다.
즉, P의 뿌리는 생존을 위하여 주변 땅으로부터 필요한 물질을 흡수하여 뿌리 표면에 열전도가 잘 안되도록 보온벽을 쌓은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겨울 뿌리들을 캐어 먹어보면 대부분 맛이 쓴데, 이 쓴맛은 겨울 동안 P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땅의 물질들로 형성된 단단한 구조에서 오는 것이다. 또한, 인체로 쓴맛이 들어가면 입자 간격이 좁아지면서 수분을 밖으로 밀어내어 제거하고 그 공간을 단단하게 한다는 한의학적인 쓴맛에 대한 설명과 원리적인 면에서 정확히 일치한다.
현대의학에서 오장이라 하면 해부학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장기를 말하지만, 동양의학에서는 생명현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과정 중에 각각의 필요한 기능과 이 기능을 뒷받침하는 장기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지구로 비유할 때, 눈에 보이는 지구 땅덩어리를 지구라고 한다면 이는 해부학적 개념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대기권과 지구 땅덩어리를 모두 합하여 지구라고 한다면 이는 동양의학적인 개념이다.
땅덩어리를 ‘간장(liver)’이라 한다면 대기권은 ‘간의 기(qi)’ 즉 ‘간기(liver qi)’가 된다. 그리고 동양의학에서 ‘간(liver)’이라 함은 ‘간장’과 ‘간기’를 통칭하는 것이다.
땅덩어리를 ‘심장(heart)’이라 한다면 대기권은 ‘심기(heart qi)’이고, 이 두 가지를 합한 것이 동양의학에서의 ‘심(heart)’이다.
동일한 원리로, 동양의학의 ‘비(spleen)’는 ‘비장(spleen)’과 ‘비기(spleen qi)’를, ‘폐(lung)’는 ‘폐장(lung)’과 ‘폐기(lung qi)’를, 그리고 ‘신(kidney)’은 ‘신장(kidney)’과 ‘신기(kidney qi)’를 합한 것이다.
한의학박사 안문생
한국약선연구원
031-203-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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